💡순미는 왜 순미라는 이름일까?

순미는 겁순이 시절의 이름을 본떠, 겁은 떼고 순함만 오라고 "순" 한 글자를 가져왔어요. 나미의 돌림자로 "미"를 가져와서 순미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ㅎㅎ 제 성이 고씨여서 고순미입니다(꼬순미🐶꼬순내..🐕)

순미랑 처음 간 경기 가평의 '보납산'이 많이 기억에 남습니다. 입양 초기 새벽같이 일어나 순미를 데리고 중대형견 등산 모임에 참석했어요(@와이더테일). 순미가 처음 보는 친구들을 보고 좋아하는 모습이 참 귀여웠죠.

일출 산행이라 어두울 때 산을 올라갔는데요, 생각해 보니 순미는 김포 평야에서만 살았던 댕댕이! 그것도 견생의 대부분을 좁은 견사에 갇혀 살았던 댕댕이라 오르막이 처음이더라고요. 그 어색한 발짓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래도 다른 개들이 하는 걸 보고 곧잘 따라 하더라고요. 내리막은 또 굉장히 신나했습니다.

입양 초기 이런저런 어려움이 많았는데, 중대형견 등산모임 보호자분들이 중대형견 키우는 법도 잘 알려주셨어요,👍 또 그 반려견들이랑 어울리게 도와줘 순미가 "개"스러움을 많이 배웠습니다. 🐕 눈도 원래는 안 먹었는데, 모임 리트리버들이 눈 먹고 노는 거 보더니 소심하게 핥짝 거리고요, 그다음부턴 적극적으로 먹고 계십니다. 산 타는 것도 다 다른 개들한테서 배웠어요. 정말 귀엽죠?😀

보납산 일출 산행에서 순미하고 함께 본 운해는 너무 멋졌고, 앞으로 모든 등산은 순미랑만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에는 유기견 입양자 등산 모임도 같이 병행해 활동하고 있습니다(@초로기)

재밌는 점은 강아지 등산 모임을 나가다 보니 순미가 무리의식이 있고, 리더십은 없는 강아지란 걸 알 수 있게 되었어요. 다른 개들이 출발하지 않으면 순미는 먼저 가지 않습니다. 기다렸다가 갑니다. 하지만 선두에 서지는 않습니다.. 저(사람)는 선두에 서고 쉬지 않는 편인데, 그냥 순미에게 맞추기로 했습니다..

저는 순미가 리트리버를 좋아하는 줄 알았어요. 왜냐면 처음에 나갔던 모임에 리트리버들이 많았는데 좋아했거든요. 하지만.. 때는 3월 초.. 였을까요? 그때 동네에서 잘생긴 미중성 수컷 허스키 '니코'를 만났습니다. 만나버렸습니다.. 니코도 그때 순미가 좋았는지(순미가 그때는 미중성 여아였어요), 계속 순미를 따라다녔고, 순미도 은근히 빼면서도 숨길 수 없는 꼬리가 귀여웠죠. 보호소에는 허스키가 없었는데, 허스키의 멋짐을 그때 견생 처음으로 알았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도 니코만 보면 꼬리가 프로펠러 급으로 돌더라고요. 그러다가 미중성 수컷 허스키 '록시'를 또 동네에서 만났는데요, 이미 니코를 보고 허스키 사랑이 넘쳤던 순미는 록시도 엄청 좋아했습니다. 평소 맨날 꼬리를 말고 다니고 다른 개들이 인사해도 거들떠도 안 보고(덩치 큰 수컷만 예외), 엄마 부끄럽게 했는데요. 저 멀리서 니코나 록시가 보이면 산책 방향까지 바꿔가 꼬리 흔들며 다가갑니다.❤️❤️

니코랑 록시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이제 말라뮤트까지 좋아하는데요, 순미는 사실 허스키랑 말라뮤트를 구분 못해서 일단 보이면 달려갑니다.. 달려간 다음에 니코랑 록시가 아니란 걸 알면 혼자 또 흠칫거리는데, 그것도 아주 귀엽습니다. (아 재밌는 건, 니코랑 록시 둘은 별로 사이가 안 좋습니다 ㅋㅋ 둘이 그럴 성격이 아닌데, 둘이서 마주치면 서로 경계한대요,, 미남끼리 견제하나 봅니다 ㅋㅋㅋ)

또 웃긴 점은 얼마 전 제가 가족여행 다녀오느라 순미를 친구 집에 맡겼었는데요, 제가 데리러 가니까 시큰둥했는데 동네에서 록시 만나니까 또 뛰어가서 꼬리 흔들고 난리 나더라고요.. 그래...🤣🤣

💡잃어버린 유실견 찾기 봉사 

나의 사랑하는 순미

순미야 어느덧 너와 4계절을 오롯이 보내고 함께한 지 1년이 되었네.

그동안 우리는 열몇 개의 산을 같이 넘었고, 산으로 바다로 여행을 다녔고, 가끔 내 일정으로 인해 며칠씩 헤어지기도 했지만 각자 씩씩하게 잘 있다가 다시 만나 언제 헤어졌냐는 듯 함께 행복하게 지내기도 했지. 매일의 산책과 매일의 간식이 너에게 익숙한 일이 되어서 기뻐. 처음 너에게 한 그 약속처럼, 최고를 주지는 못해도 나의 최선을 줄게.

너를 사랑하는 마음이 커지고 커져, 공자의 친친(親親)마냥 흘러넘쳐 다른 강아지들에게도 마음이 쓰였지. 그렇게 나는 가족이 없는 강아지에게 가족을 만들어주기도 했고, 집을 잃어버린 아이에게는 집을 찾아주었고, 새로운 가족을 만나러 먼 곳을 이동해야 하는 아이들에게는 날개를 달아주기도 했어.

이 모든 것은 네가 귀엽기 때문이란다. 너의 귀여움이 세상을 구하고 있어.

순미야 나는 너의 고운 털결을 만질 수 있다면 족하단다. 너에게 바라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우린 그냥 매일을 행복하게 살아가자. 사랑해 내새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