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을 키우고 싶다는 마음은 늘 있었어요, 그만큼 책임이 크다는 걸 알기에 쉽게 결정하지 못했죠. 나이가 들면 병원비 부담도 클 테고, 기대수명을 생각하면 저보다 먼저 떠날 게 뻔하니, 상실감도 클 것 같아 애초에 마음을 닫고 지냈죠. 그러던 중, 아내가 유기견 보호소 SNS를 보다가 유난히 눈에 밟히는 아이가 있다며 저에게 보여줬어요.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어릴 때 키우던 푸미가 떠올랐습니다. 그땐 산책의 중요성도 몰랐고, 개와 어떻게 함께 살아야 하는지도 잘 몰랐어요. 그냥 밥 주고 놀아주는 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분리불안은 관심도 두지 않았고, 산책도 한 달에 한 번 나갈까 말까였죠. 지금 돌아보면 너무 부족했고, 많이 미안합니다.

반려견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인식이 생긴 지금, 예전에 함께한 강아지에게 못해줬던 기억이 계속 마음에 남아 있었어요. 그 미안함이 이번에는 정말 잘 키워보고 싶다는 다짐으로 이어졌고, 그게 결국 또리를 가족으로 맞이한 가장 큰 이유가 된 것 같습니다.

👆또리와 가족이 된 사연 인스타툰으로 확인하기

저는 아주 평범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살아갑니다. 그래서 뭔가 특별하거나 극적인 에피소드는 딱히 없어요. 하지만 그런 일상 속에 또리가 들어오면서, 하루하루가 조금 더 귀엽고 따뜻해졌다는 걸 느낍니다.

특히 인상 깊은 건, 퇴근 후 집에 들어서는 순간이에요. 매일 저를 반겨주는 또리가 있다는 것, 그게 요즘 제일 행복한 순간이 됐습니다.

가끔은 또리를 회사에 데려가 하루 종일 함께 있다가, 저녁쯤 집에 데려다 놓고 다시 회사로 돌아가서 일을 하기도 하는데, 불과 한두 시간 떨어져 있었던 건데도, 집에 가면 또리가 정말 신나게 반겨줘요. 계산 없이, 그저 마냥 좋아해 주는 존재가 있다는 게 참 큰 위로가 됩니다.

회사가 팀 단위로 사무실이 나뉘어 있어서, 팀원들만 괜찮다면 반려견을 데려올 수 있습니다. 다행히 저희 팀은 모두 강아지를 좋아해 또리는 가끔 저와 함께 출근한답니다.

사무실에 또리 전용 자리가 따로 있어 거기서 자거나 쉬고요, 근처에 동반 카페도 몇 군데 있고 산책하기 좋은 공원도 있어서 또리가 출근한 날엔 팀 전체가 자연스럽게 산책을 자주 나가게 됩니다. 

사무실 안에서 돌아다니면 눈에 보이진 않아도 '총총총총' 바쁜 발걸음 소리가 들리기도 해요. 이 소리를 들으면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최고의 복지라고 말해주는 팀원도 있어서 다행이면서 참 좋습니다. 👆또리의 출근 "아빠 없으면 얼음!"

또리는 산책을 특별히 좋아하진 않지만, 아침마다 정해진 코스로 걷는 루틴은 충실히 따릅니다. 매번 같은 장소에서 배변하고, 익숙한 지점에서 냄새를 맡아요. 집에 돌아와 발을 씻은 뒤에는 꼭 개껌을 하나 받거든요. 이 모든 과정을 마치 개껌을 얻기 위한 ‘퀘스트’처럼 여기는 것 같아 웃기기도 하고, 나름 즐거워 보이기도 합니다.

또 하나 또리가 정말 좋아하는 건, 저녁마다 아내가 처댁에 데려가는 시간이에요. 거기선 장모님의 정성스러운 마사지와, 장인어른의 조건 없는 무한 간식 타임이 기다리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녁만 되면 꼭 가고 싶어 하고, 그 시간은 또리에게 하루 중 가장 설레는 루틴 같습니다.

또리와의 일상이 지속되는 한 지금처럼 매일은 아니어도 가능한 꾸준히 그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물론 내용이야 계속 반복되는 하루가 이어지겠지만, 또리도 점점 나이를 먹고, 저와 함께한 시간도 쌓이면서 앞으로 어떤 감정과 모습을 그리게 될지 미리 슬프기도 하고 기대도 되고 그렇습니다. 늘 그래왔듯, 그 순간의 감정과 풍경들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게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그리고 싶은 그림도 결국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언제나 그랬듯,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일상 속에서 스쳐 지나가기 쉬운 순간들을 그림으로 붙잡고, 그 안에서 ‘나도 그래’ 하고 함께 웃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사랑하는 또리에게

우리 방구석 차은우, 방구석 골목대장 또리야. 어쩌다 보니 이렇게 너를 궁금해하는 분들이 생겨서, 인터뷰까지 하게 됐네.

사람과 개의 건강한 관계란, 각자의 공간을 지키며 살아가는 거라던데, 난 자꾸만 그 선을 넘게 돼. 너는 너대로 살아야 하는데, 나는 자꾸 끌어안고 뽀뽀하고 냄새 맡고… 미안하구나… 항상 자제하려고 마음은 먹지만, 잘 안돼. 그래도 너무 부담스럽지 않게, 편안함만은 주려고 계속 노력 중이야.

여전히 세상엔 수많은 또리 같은 친구들이 만들어지고, 팔리고, 버려지고, 결국엔 삶을 다 누리지도 못한 채 사람 손에 생을 마감해. 생명이 장난감이나 소유물처럼 취급되는 게 참 안타까워. 너도 어딘가에서 처음엔 사랑받기 위해 데려갔겠지만, 상처만 안고 우리에게 오게 됐지.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손만 스쳐도 눈을 질끔 감으며 겁먹던 너를 보며 전 주인이 자주 때렸나 싶었어. 산책을 무서워하는 걸 보면, '한 번도 나가본 적이 없었을까?'라고 생각했고, 아니면 '마지막 산책처럼 따라갔다가 버려진 걸까?'라고 생각하기도 해. 먹는 거에 집착하는 걸 보면, 제때 밥을 못 먹었던 건 아닐까 싶고.

너의 행동 하나하나를 보면서, 그 안에 어떤 기억이 남아 있을지 자꾸만 생각하게 돼. 지나간 상처를 완전히 지울 순 없겠지만, 앞으로의 기억은 하나씩 좋은 걸로 채워가자. 아무 걱정 없이, 기분 좋고 따뜻하게 살아가는 강아지로 지낼 수 있게 내가 잘할게. 까맣던 코가 점점 갈색이 되어가고, 눈물자국도 조금씩 생기는 걸 보니 너도 이제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는 게 보여.

강아지의 시계는 우리보다 빠르잖아. 자연스럽게, 언젠가는 너의 시간이 먼저 멈출 거란 걸 알고 있어. 그러니까 그날이 올 때까지, 맛있는 거 실컷 먹고, 햇살 좋은 날엔 흙냄새 맡으며 신나게 산책하고, 마음껏 똥도 싸고, 식탐은 조금만 줄이고, 나랑 같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지내자.

또리야,

너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