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운 고양이는 이미 다른 샵에서 거절당했거나, 병원에서 진료도 못 본다고 한 아이들인 경우가 많더라고요. 때문에 집사님들은 이미 어딘가에서 거절당한 상처가 있으신 분들이세요. 집사님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반신반의하면서 저를 찾아오시죠. 저를 믿고 와주신 만큼 저도 최선을 다해 보답해 드리고 싶은 마음에요.

기술이라고 하기엔 거창하지만, 제가 아이들을 다루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사납다고 해서 강압적으로 제압하지 않아요. 화를 내면 내는 대로 기다려주고, 진정시키고 다독여주는 시간을 가져요. 발버둥 쳐도 다 화낼 때까지 기다려줍니다. 👆위 사진 속 고양이 손님의 릴스 보기!

어느 정도 진정되면 이마를 긁거나 좋아하는 부위를 마사지해 주고요. 간간이 눈 맞춤도 하는데, 저는 눈 맞춤으로 아이의 눈빛과 표정을 읽으며 저의 감정도 전달합니다. 그 교감의 시간이 정말 가치 있고 행복해요. 말은 통하지 않지만 다른 감각으로 마음을 전달하는 그 순간이 경이롭다고도 느껴져요.

제가 팔, 다리, 배 등 어디를 미용할지 손으로 알려주며 인지시켜 주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만약 이런 방법이 아무것도 통하지 않으면? 10~15분 내로 엄청나게 빨리 끝내고요. 이런 아이들은 미용 후 이런 표정(ㅇ_ㅇ?)을 짓는데, 아이한텐 미안하지만 너무 귀여워요.

고양이 미용은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찰나의 순간 다쳐요. 그나마 다행인 건 이제는 발톱으로 웬만큼 다치는 게 내성이 생겼는지 아프지도 않아요.

미용 초창기 때 겨울에는, 날씨가 추워서 뜨거운 물로 뜨끈하게 씻고 싶은데 팔, 다리에 상처가 많아 너무 따갑고 아파 매일 찬물로 샤워했어요. 샴푸나 핸드워시도 닿으면 따가워 매번 씻을 때마다 힘들었고요. 한번은 퇴근 후 너무 몸이 힘들고 아파서 서러움에 눈물 흘린 적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시간이 있기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아요.

가장 크게 다쳤던 적은, 아무래도 물림 사고죠. 길냥이였고 임보 중인데 임보 집사님 손도 타지 않고 집에서도 숨어서만 지내는 아이였고, 목욕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어요. 저희 샵에 도착해 가방을 열자마자, 로켓처럼 튀어나가 스프링처럼 뛰어다니는 거예요. 수건으로 잡았다가 찰나에 손가락을 물려버렸어요.. 7개월 고양이라 귀엽다고만 생각해 방심한 대가였어요.

급한 대로 메디폼으로 상처를 대충 붙이고 라텍스 장갑을 껴 목욕을 마쳤죠. 또 돌발 상황이 생길지 모르니 아픈 줄 모르고 집중해서 끝내긴 했는데, 병원에 가서 장갑을 벗으니 피가 흥건하고 검지 끝과 손톱이 다 찢어져 있더라고요. 상처를 보니 아프기 시작하고....😰 봉합이 필요했지만 교상은 세균 때문에 염증이 생길 확률이 높아 5~7일 정도는 봉합하지 않고 염증상태를 지켜봐야 했는데요.

결국 벌어진 상처를 그냥 거즈로만 감싸고 일해야 했습니다. 다음날도 그다음날도 예약이 있었기에 거즈를 끼고 장갑을 낀 채 구부러지지 않는 손으로 미용을 했어요. 제 영상 중 장갑을 낀 영상들은 그때 당시 영상들이에요. 손가락이 찢어졌으니 상처를 건들면 타들어가듯 아팠지만, 미용할 때만큼은 아이들이 몸부림치다 세게 쳐도 아픈 줄 모르고 했던 기억이 있네요. 

제 자신도 대견할 만큼 정신력으로 지냈어요.🙏그때 깨달은 건, 찰나의 사고로 며칠 동안 미용을 못할 수도 있으니 조심 또 조심하자는 거예요. 그날의 깨달음 뒤로 아직 큰 사고는 없습니다.

출근길 우연히 마주친 고양이가 있어서, 밥을 챙겨주다가 다른 길고양이들의 존재를 알게 됐죠. 유독 작은 아이가 있었는데, 워낙 작고 연약해 TNR 후 방사를 할 수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임시보호를 하면서 입양까지 보냈습니다. 그 아이가 까망이에요.

까망이를 처음 데려왔을 때 온몸에 소변이 묻을 정도로 긴장했었죠. 이불로 감싸 츄르를 주면서 달래줬거든요!? 그제야 밥 주던 저를 알아본 건지 서러움에 방언이 터지더라고요. "야옹야옹"하면서 츄르를 먹고, 잠이 들었답니다. 이후 까망이는 제 친한 동생의 반려묘가 되었어요. 집사 사랑을 독차지하고 살아 통실해지고, 자기주장도 강해졌다고 합니다.👏👏